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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 저도 저희 부모님 글 써보겠습니다.
 글쓴이  
 작성일시  2017-03-13 13: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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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글과는 좀 다른 케이스이긴 하지만

저도 부모님에 대해 생각이 많습니다.

근데 이제는 나름 유쾌하게라도 살아나가는 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은 12년전에 이혼했고 아빠랑만 지냈습니다.

엄마랑은 종종 만나면서 지냈구요.

가족 재산은 거의 최하수준이구요.

아빠는 완전 시골출신 고졸에 생각도 짧고 답답하고 고지식한 그런 사람입니다.

"아빠말이 법이다", "대학생 때 여자친구 사귀지마라", "렌즈같은거 사지말고 공부나해라"

이런 식으로 생각이 막힌 사람이라 제가 어릴 때부터 아빠랑 마찰이 되게 심했어요.

고1까지 시중에 300만원정도 모아놓은 돈이 있었는데(친척들 용돈 어릴 때부터 모아놓았던..) 아빠가 빌려달라해서 주고 대학 입학 시 돌려준다고 해놓고 받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빠가 파산에 신용불량자였고 상황이 힘들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제가 아빠랑 사이도 많이 안좋았던 시기고 돈이 큰 돈이었기에 혼자서 되게 충격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로 몇년 지난 지금도 아빠는 전혀 변함없습니다.

똑같이 생각은 답답하고 고지식하고 저에게 길을 막 제시하려고 합니다.
(무조건 고시를 준비해라, 9급가면 첫달부터 250넘게 받는다라는 식으로요)


엄마는 음.. 예전엔 몰랐지만 우울증이 좀 심한 것 같아요.

아빠 이후로도 여러 남자와 만나고 간이 결혼식도 올리면서 되게 부잣집 남자와도 결혼했었고

하지만 지금은 만나는 남자도 없고 일도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없고 

아빠따라 공인중개사 공부한다고 공부하다가

불합격에 돈은 날려서

신용불량자가 된 상황입니다. 

그나마 1년전부터 아빠가 엄마한테 조금 돈을 보태준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구요.

그래도 엄마 쪽은 집안이 돈은 없지만 예전에 나름 잘나가던 집안이었어서 지적으론 성숙한 편입니다.




집안이 돈도 없고 별로라

초중고 시절에 정말정말 힘들었어요.

중학생 때는 정말 자주 집에서 울면서 지냈고

종종 아빠한테 맞기도 하고

그걸 벗어나려고 공부를 많이 했죠.

하지만 대학생 되어서 여러 책을 접하고 시간이 지나며

그래도 이제 나름 사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인생은 원래 누구나 생각하는대로 풀리기 힘들다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저에게 주었던 여러 정신적인 고통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뭐 그럴수도 있지..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사랑을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것 자체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큰 능력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어릴 땐 엄마 아빠는 당연히 사랑을 줄 수 있어야하고 누군가를 품을 수 있는 사람이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러지 못한 엄마 아빠를 원망했죠.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이 부모님이 갖는 당연한 능력이 아니라

사람이 인생을 통틀어서 성장해나가며 갖춰가야만 하는 능력임을 깨달았어요.

누구는 그런 능력을 부모님 되기 전에 가질 수 있고

누구는 인생이 끝마칠 때까지도 갖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죠.

저희 부모님이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여야하는 의무는 없죠.

인생이 원래 생각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니깐요.




부모님 때문에 결혼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외모 관리에 대한 집착과 크게 성공해야겠다는 야망, 자기 계발로 이어졌습니다.

엄마아빠를 그렇게 원망하면서도

결혼에 있어서 의지를 하고 싶다는 스스로를 볼 때마다 스스로가 원망스러웠어요.

내가 성공해서 능력을 갖춰가면 되는데

그러지 못한 부모님을 의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은

'왜 내 대신 성공하지 못했어' 라고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것 같았습니다.

스스로가 굉장한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죠.

그래서 여자를 많이 만나고 사랑이 뭔지 알아가려고 노력했죠.

애정결핍도 벗어나려고 노력했구요.

능력은 아직 계발하는 중이고

운동과 외모관리를 통해 본질적인 매력을 키우려고 몇년간 노력해왔습니다.

그렇게 연애도 꽤 많이하게 되고 사랑이 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죠.

앞으로 3~4년간 더 노력을 해서 완전하게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저희 부모님이 맘에 안든다고 해서 헤어져도

거기에 침울해지지 않고 바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고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뭐 결혼에 있어서 '집안이 좋은 사람들'만큼은 못하겠지만

최소한 자괴감에는 빠지지 않을 것 같네요.





그리고 부모님의 인생과 제 인생을 별개로 보니 좀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엄마 아빠라고 해서 인생의 끝까지 지켜줘야 할 의무가 저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것을 엄마 아빠에게 바라지도 않습니다.

서로 묶여있어도 어느정도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죠.

엄마가 자기 삶에 대한 우울증이 심하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제가 같이 우울해져야 할 필요가 있나요?

물론 도움은 드리는 건 당연하겠지만

엄마가 우울증이 걸려서 인생이 불행한 것이

제 탓이 아니고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엄마 스스로 이겨내야 할 일인 것이죠.

가족의 불행을 저 스스로의 불행으로 동일시한다면

저는 계속 불행해지겠죠.

엄마의 불행은 엄마의 책임입니다. 

그것을 스스로 이겨내는 것을 저는 응원하겠지만

인생의 과제를 이겨내지 못해서 저에게 책임을 많이 전가하게 된다면

저는 단연코 어느 수준 이상은 절대 책임을 떠안을 생각이 없습니다.





어쨌든, 저는 사랑할 자격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불행은 저로부터 끝이고 제가 못받은 사랑을 제 아이들에겐 충분히 줄 것이구요.

제 불행에 대해 가족을 탓하다 보면

스스로의 나약함이 그만큼 뚜렷하게 보이더라구요.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후광에 신경쓰지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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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mage
토토로 17-03-13 13:45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결혼,자기관리,가족으로서의 책임의 범위 등의 생각들은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신 부분인가요?
아님 타인의 영향이나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많이 변한건지가 궁금하네요.
     
no image
17-03-13 14:11
 
남탓 세상탓할때 스스로를 돌아보게 도와주던 친한 형,
삻에대한 영감과 좋은메세지를 주던 미드 shameless,
사랑에대한책 아직도가야할길,
데미안

이 세개가 크게 생각나는 정도고
영화나 책들에게서 생각이 많이 변했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지않았다면
아직도 세상탓하며 술에 찌들거나
저에게서 도피하는 인생을 살겠죠.
no image
전쟁기념관 17-03-13 13:51
 
멋지네요. 잘 봤습니다.
no image
고도리수 17-03-13 14:11
 
부모와 인연을 생각하시면 좋을거 같네요
no image
2 17-03-13 14:1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no image
바나나4개 17-03-13 17:20
 
인생에 정답이 혹시 있다면
이런게 아닐까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no image
그들이사는세상 17-03-13 19:38
 
잘 읽었습니다. 응원합니다.
no image
NewsWeek 17-03-13 21:32
 
익명이라서 좀 아쉬운 점이 잇지만 잘되길 기원 드립니다!
no image
kamki 17-03-14 12:59
 
친구하고싶네요. 멋지십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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